파주 감악산- 수요 반차 산악회 첫 원정지

출범했습니다. 수요 반차 산악회.

마수걸이 산행은 파주 감악산 입니다. 출렁다리로 유명한 곳입니다. 오후 반차를 내고 가볍게 갈 수 있을 만한 산이라 간택받은 곳입니다. 

회사 구내 식당에서 보쌈을 먹습니다. 너무 많이 먹습니다. 더부룩 합니다. 근데 뭐 어쩌라고? 산에서 다 소화될건뎅.
감악산 입구까지는 산악회회장님의 SUV를 타고 갑니다. 저는 할게 없습니다. 조수석에서 의자를 젖히고 잠을 잡니다. 쿨쿨. 산악회 회장님은 메탈을 좋아합니다. 갈네리우스의 음악이 흐르다가 감마레이로 바뀝니다. 카이 한센의 목소리가 짜증스럽습니다. 날씨가 꾸물꾸물이라 더 자고 싶은 유혹이 있습니다. 그걸 물리치고 일어나서 출렁다리를 향해 고고

출발
장마철이라 영 몸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처음에 오버페이스 하지 말자. 몸은 알아서 풀릴거야. 천천히 걷다보면 몸이 지가 알아서 움직이는 상태가 될겁니다.  출렁다리에 도착합니다. 와우 듣던대로 입니다. 아주 긴 다리입니다. 분명 건널때는 다리가 후들 거리겠지. 남자의 급소 부분이 찌릿해집니다. 간담이 서늘. 고환이 서늘. 건너오니 아이스께끼-를 파는 아저씨가 있습니다. 2천원. 하나 먹어볼까. 아니.

He is salary man

청산계곡길로
숲으로 들어갑니다. 지금은 장마철입니다. 물이 많이 불어났을까. 숲은 정말 축축했습니다. 한발 한발 걷다보니 몸이 서서히 풀리고 땀이 비오듯 쏟아집니다. 이때쯤이면 컨디션이 막 올라와서 산에서 곰처럼 뛰어다녀야 할텐데. 그렇지 않더라구요. 몸이 여전히 무겁습니다. 원인은 다른게 아니라. 평소에 너무 몸을 혹사 시켰기 때문이지요. 매일매일의 헬스와 또 다른 저녁의 운동. 무리하면 이렇게 된다. 손 회장을 뒤에 두고 혼자서 갑니다. 힘들때 멈추면 편하다. 하지만 재 출발하려면 두배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멈추지 않는 것이 낫다. 힘들면 물을 마시고 카페인을 몸안에 집어 넣고 이어폰을 꽂고 메탈음악을 들으며 더 채찍질하라. 작년부터 트레커가 된 저의 방법입니다. 근데 이게 좀 오바페이스였습니다. 능선길로 진입 전 손 회장을 기다립니다. 모기는 왱왱거리고.. 반바지를 입고가서 그런지 자꾸 피빨아먹으려고 종아리에 달라붙더군요.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을 외치며 종아리를 찰싹찰싹 칩니다. 혼자 오면 무섭고 외진 곳이었습니다.

능선길 돌입 앤 정상
여기가 능선길이 맞을까요. 악귀봉인지 뭔지 봉우리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안개 때문에 절벽 바로 아래도 저 멀리도 보이지 않습니다. 조망 제로. 왜 왔니. 능선길을 조금 더 가다보니 정상이 보입니다. 중간에 장군봉와 임꺽정봉은 패스합니다. 우리 너무 지쳤어요. 정상만 찍고 어서 내려가자는 생각입니다. 역시 오전에 일을 하고 왔기 때문일까요. 정상은 헬리콥터 착륙장이 있습니다. 여기는 경기도 북부입니다. 유사시에 쓰일 벙커도 중간중간에 많았습니다. 저 뒤에 무슨 큰 탑이 있습니다 . 테레비 송전탑인듯 합니다. 팻말이 있었습니다. 이곳은 한국전쟁 격전지였다고. 전사자 유해발굴을 했다고. 숙연해집니다. 내가 있는 이곳에서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광경을 그려봅니다. 반차를 쓰고 등산올 여유가 있는 지금의 삶에 감사하자.

Real 정상은 이 탑 꼭대기가 아닐까.

하산
계곡길로 내려갑니다. 죄다 돌입니다. 그것도 미끌미끌 젖은 돌입니다. 손 회장은 자신이 의경때 최악이었다며 조잘조잘 얘기합니다. 미끌어질것 같아서 등산 스틱을 꺼내들고 몇발자국 움직이는데 미끌 다리에 공중에 붕 뜨려는 그 순간! 등산 스틱으로 균형을 잡습니다. 이대로 미끄러졌으면 머리가 깨지든 팔꿈치가 깨지든 어디가 하나 깨지긴 깨졌다. 감사합니다. 스틱. 하산은 역시 싫습니다. 다행히 높은 산이 아니라 진절머리는 나지 않았습니다만 아래에 있는 절을 보고 폭포를 보고.. 출렁다리를 건너 감악산 주차장에 도착. 힘든 산행입니다.

승원 목욕탕
땀에 절었습니다. 이렇게 습한데 등산은 정말 땀에 절어버리는 행위지요. 마르지도 않아요. 밥을 먹을까 목욕탕을 갈까 저울질을 하다 목욕탕을 가기로 합니다. 승원 목욕탕. 24시간 하는 곳 입니다. 입구에는 군인 할인을 해준다는 안내가 붙어 있습니다. 부럽다 군인... 아주 오래된 목욕탕으로 보입니다. 작고 허름합니다. 문신을 한 군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이발을 하고 있습니다. 눈 마주 치지 말자..

온탕 물이 미지근합니다. 뭐야 이거.. 뜨거운 물쪽 호수 꼭지를 엽니다. 손님이 얼마 없는 평일 오후 입니다. 탕에 그냥 벌러덩 누워 버립니다. 온탕 냉탕을 왔다갔다 합니다. 으아 상쾌하다. 역시 등산 후에는 목욕을 하는 겁니다. 간만에 탕안에서 포근한 느낌을 받습니다. 잠시 롯데리아에 들러. 이 시국에 와규 햄버거를 와작 먹습니다. 집에 오니 7시반. 

수요 반차 산악회 첫번째 원정지는 감악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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