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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REA 50K 참가 후기 - 25Km 부문
    여행노트/등산 2019. 6. 17. 10:04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은 적은 없지만, 내겐 콜린성 두드러기가 있다. 환우(?)들이 모여 있는 콜린성 두드러기 카페 를 여러해 드나들고 생활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증상이 그렇게 심하지는 않지만 내 경우에는 찬 곳에 있다가 급격하게 열이 날 때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한다. 천천히 산을 올라 땀이 송글송글 나기 시작하면 아무렇지 않고 근력운동을 할때도 별 증상이 없지만, 달리기를 하면 이 두드러기가 급격히 올라온다. 두드러기라고 해서 모기에 물렸을 때의 가려움이 아니다. 심할 경우에는 숨을 못쉴 정도고, 현기증이 나고, 성질 더러워지는 병임이 틀림 없다.

     

    그래서 마라톤은 내 인생에 없는 운동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산을 뛰어다니는 트레일 러닝이라는 종목을 알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2019 4 20일 동두천 종합 운동장에 내가 있다. KOREA 50K라는 트레일 러닝 대회에 참여 하기 위해서다.

     

    내가 신청한 종목은 25Km. 10km/25km/50km/80km 의 네가지 종목이 있었다. 10km는 너무 짧은 것 같고, 25km는 한번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지리산 종주도 여러 번 해봤기 때문에 그 정도 거리는 걸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25km 6시간안에만 들어오면 완주였다.

     

    동두천 종합운동장은 작은 축제 분위기였다. 홍보 부스들. 단체로 온 사람들. 커플. 약간의 외로움. 생경한 풍경.

     

    지난 산티아고 길에서 다쳤던 발목이 여전히 우둔하다. 신경 쓰인다.

     

    50K 1등 주자가 들어온다. 새벽부터 정신없이 달렸을 것이다.

     

    25K는 동두천종합운동장이 아닌 오지재 고개에서 출발한다. 관광버스를 타고 오지재 고개로 향한다.

     

     

    출발.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들렸나. 첫 대회이므로 나는 완주가 목표다. 후미에서 뛰지 않는다.

     

    전략

    뛰지 않는다. 오르막을 스틱으로 오른다. 내리막은 천천히였으나 나머지 주자들이 뛰는 걸 보고  내리막길에서 뛴다. 몸이 가려워 지기 시작한다.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한다. 이 두드러기의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보온이다. 바람막이를 입고 걷는다.

     

    걷기 좋은 임도가 나온다. 산길로 돌입한다.

     

    등산 스틱이 많은 도움이 된다. 숨을 헐떡이는 주자가 많다. 나는 그리 숨을 헐떡이지 않았다. 숨이 넘어 갈 정도의 힘듦은 없었다. 왜냐나는 아주 천천히 움직였기 때문이다.

     

    정상에는 미사일 기지 같은게 있다. 차가 다닐만한 시멘트로 된 내리막길을 계속 내려 간다. 나는 오르막을 좋아하고 내리막을 싫어한다.

     

    CP(체크포인트) 1 도착

    체크포인트에 정해진 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하면 탈락이 된다. 바나나, 오렌지를 먹고, 물통에 물대신 파워에이드를 담는다. 50k 주자는 컵라면을 먹고 있다. 체크포인트를 같은걸 쓰는데 늦게 들어와서 실격하는 주자의 모습을 본다.

     

    뿌리는 파스가 있어서 신경쓰이는 왼쪽 발몰에 뿌리고 다시 길을 나선다. 산길의 시작이다. 약간 급한 경사길이다. 도중에 역주행하는 이들을 발견한다. 여자가 붕대를 머리에 감고 있다. 옆에 남편으로 보이는 분이 여자를 부축하고 돌아온다. 넘어지신것 같다. 약간 무서워진다. 

     

    또 다시 차가 다니는 임도가 시작된다. 실제로 차가 다닌다. 마을을 한 두 곳 지나고 저기 밑으로 군부대가 보인다. 군복입은 병들이 차를 타고 어딘가로 간다. 날씨는 선선하고 길을 따라 벚꽃이 활찍 피어 있다. 가도가도 CP2가 나오지 않는다. 이러다 제 시간에 못들어가서 탈락하는게 아닐까 걱정 하며 점점 지쳐갈 무렵 CP2가 나왔다.

    CP2 도착

    주먹밥이 있었다. 정말 꿀맛이었다. 간이 화장실에서 물을 비우니 몸이 가벼워졌다. 7km 정도 남았다고 한다. 아 완주는 하겠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캠프 허비를 둘러갔다.

    을씨년스러운 입구풍경. 저 멀리 큰 벚나무와 오래된 아파트가 보인다. 70년대 느낌의 다 망해가는 상점가를 통과하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업 된다. 그 길의 끝엔 캠프 HOVEY라는 미군부대가 있다. 길은 미군 부대 뒷편으로 이어져 있고 높은 담장이 있다. 사진 촬영 금지라는 팻말이 보인다. 신나는 음악소리가 들리고, 그곳에서는 미군 흑인의 방이 있다. 흑인은 침대에 앉아서 가만히 TV를 보는 듯 하다. 외로워 보이는 옆모습이다. 캠프 허비는 2019년에 완전 해체라고 한다. 모든 미군 부대는 평택으로 옮긴다고. 내년 KOREA 50K때 이곳은 미군 기지가 아닐 것이다. 미군 부대를 통과하는 코스가 되면 좋겠다.

     

    드디어 골인

    급한 업힐 구간이다. 이곳에서 사람들을 추월한다. 산길을 달려 둘러둘러 올라간다. 숨이 계속 찬다. 많이 지쳤다. 동두천 종합 운동장에서 소리가 들리고, 가다보니 운동장이 보인다. 나머지 나무 데크에서 사진을 찍어준다. 운동장에 들어설 무렵 몇몇 스텝 자원봉사자가 손을 내밀며 하이파이브를 해준다. 이 맛에 뛰는 건가. 이렇게 생면부지의 누군가에게 격려를 받은 적이 있나. '생산' 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이건 '생산적인 활동'이다. '소비' 말고 '생산'... 그게 나를 구원할지니. 400m 트랙을 전력으로 달려 드디어 골인이다. 나의 첫번째 트레일 러닝 대회가 끝났다. 기록은 5시간 30분. 하위 10%권 이었나. 완주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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