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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우라지, 영월 여행 -2부 동강 국제 사진전
    여행노트/국내 2014. 8. 28. 22:08

     

     

    영월이다. 1년만이다. 비가 추적추적 또 내리고, 몹시 졸렸다. 목욕탕에 가서 씻고 눈 좀 붙이다가 나올까 잠시 생각했지만, 발길 닿는대로 일단 걷기로 했다. 영월 시내는 작았다. 1년사이 이 작은 고장의 뭐가 바뀐게 있을까. 1년전 찍었던 사진을 기억해가며 그 장소들을 둘러보았다. 대부분의 장소는 여전했고, 문을 닫은 주유소가 주차장으로 변해있었다.

     

     

    영월 맛집을 검색해본다. 막국수집이 있다. 걸어가서 식당안에 들어간다. 난장판이다. 사람이 무지 많다. 전부 외지인으로 보였고,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종업원이 서빙을 했다. 혼자 온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두달전에 간 제주도 여행때의 회국수 집에서 혼자 회국수를 당당하게 먹던 젊은 여자가 생각났다. 사람이 붐비던 말던, 줄을 서서 기다리던 말던 그냥 묵묵히 먹고 있는 모습이 처량해 보였다. 내 모습도 그런걸까. 사람과 밥먹는 것 보다 혼자 밥먹는 식사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런 맛집에서도 집에서 밥을 먹듯, 앞에 친구가 있는 듯 그냥 편안한 기분으로 먹는다. 종업원이 괜히 이상하게 쳐다본다. 괜찮아. 10년째 혼자 살고 있어. 쪽팔린것도 당당한것도 없어. 그냥 먹을 뿐. 계산을 하는데 여주인이 빙긋 웃어준다.

     

     

    동강 국제 사진전을 보러 영월에 왔다. 국제 사진전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사람은 거의 없었다. 구본창 선생님의 사진을 보러 왔다. 압도적이었다. 예술에 진짜 가짜라는 개념이 있다면, 이건 진짜다. 좋은 사진이란 사진을 딱 보면 직관적으로 집중하게 되고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사진. 이라는게 내 생각이다. 이번 국제 사진전에서는 구본창 선생님의 사진만 좋았다.

     

     

     

     

    오래된 차. 새 에어컨. 차가 비쌀까 에어컨이 비쌀까. 생각보다 빨리 사진전 구경이 끝났다. 영월에서 열차를 타고 청량리역으로 가려 했으나 청량리에서 집까지 너무 멀다. 버스를 타기로 했다.

     

     

     영월 서부 시장에 들어갔다. 유명한 닭강정 집이 있는데 포장으로만 파는지 양이 너무 많아서 먹고 싶었지만 메밀전? 을 파는 곳으로 갔다. 이거저거 다 주세요. 할머니가 자꾸 말을 하시는데. 영월 토박이로 별마로 천문대는 갔느냐, 물어보셔서, 안갔습니다. 사진전을 보러 왔거든요. 사진전? 사진전을 한다는걸 모르시는 것 같다. 할머니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지 않았지만. 들리는 척 맞장구를 쳐준다. 맛은 없었고, 괜히 흥에 겨워 막걸리를 한잔했다. 얼굴이 빨개져서는 고속버스터미널로 돌아갔다.

     

    내년 이맘때 다시 영월에 갈까? 고속버스는 달렸고, 의자를 뒤로 젖히고 쿨쿨 잠을 잤다. 아우라지, 영월에 가서 난 무엇을 한 것일까. 뭔가 보고 싶어서 여행을 다니는것 보다는, 서울에 있기 싫어서, 방안에 혼자 있기 싫어서 베낭을 꾸리고 집을 나선다. 여행이 아니라 방랑이다. 마음의 방랑이 멈출때, 여행에 대한 욕망도 줄어 들 것 같다. 나는 내일 지리산에 간다. 여전히 방랑. 역마라고 말하기 까지는 거창하지만. 돌아다니지 않으면 괴롭다.

     

    내 청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라고 말하기엔 청춘이란 단어 너무 지겹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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