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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이야기」이후에도 바뀐 건 없습니다「동경 가족」영화노트/일본 2014. 11. 1. 20:13
결국 일본 영화는 오즈 야스지로다, 라는 말이 있다. 이걸 정성일 선생님이 말했나. 아니면 하스미 시게히코의 말을 정성일이 따와서 이야기한건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 같은 범인은 아직까지 전혀 이해하기 힘든 문장이다. 헐리우드 영화나 한국 영화를 비롯해서 모든 나라의 영화중 내가 가장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보는게 일본 영화다. 헐리우드의 옛날 영화나, 한국의 옛 영화들을 찾아서 보지는 않지만 한때 일본 영화 계의 3대 천황이라고 하는 오즈 야스지로와 구로사와 아키라, 그리고…미조구치 겐지의 영화를 찾아서 본 적이 있다. 찾아서 보긴 했지만.. 결국 몇 편 보고 그쳤다. 미조구치 겐지는 딱 한 편 본거 같은데 제목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는 제법 많이 본 것 같다. 가게무샤, 7인의 사무라이, 라쇼몽 등등을 본 것 같은데, 굳이 말하자면 스탠리 큐브릭 같은 영화 감독이라고 할까. 거의 모든 장르의 영화를 잘찍지만, 그의 영화사를 통과하는 스타일은 없는 것 같다. 스탠리 큐브릭의 경우에도 그가 작가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는 걸로 알고 있는데 같은 맥락이다.
TV 채널을 돌리다가 생전 처음 보는 영화인데도 (어떤 영화인지 기억이 지금은 나지 않지만) “아 이거 000 감독의 영화 같은데?" 라고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다가 마지막 크레딧에 그 감독 이름이 나올 때의 쾌감을 느낀 적이 있다. 이게 바로 스타일이란게 아닐까. 구로사와 아키라에게는 없거나 부족 하지만 오즈 야스지로 감독에게는 이런 스타일이 있다. 줄곧 고수하는. 완고한 아버지 혹은 가족 이야기, 다다미 숏, 50mm 표준렌즈와 1.33:1의 화면비, 흑백 일본영화. 이런게 나오면 오즈의 영화다, 라고 생각하면서 보면 될거다. 라고 말하는 나도 사실 오즈의 영화는 『오챠즈케의 맛』 딱 한 편 봤을 뿐이다. 졸려서 보기가 무척 힘듭니다.
하지만, 영화사에서 오즈는 대단하다(고 한다). 그의 대표작은 『동경 이야기』로, 나는 이 영화를 아직 보지 못했고 2013년에 리메이크작 『동경 가족』을 봤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중 문화 특히 영화의 경우 그것이 다루고 있는 소재의 원래 의미를 대중에게 환기시키거나, 완전히 뒤엎거나, 이래야 저래야 해 하면서 작가의 세계관을 제시한다. 『동경 가족』은 『동경 이야기』가 이야기했던 '가족의 소중함'을 못된것도 같고 착한것도 같은 자식들을 내새우면서 재환기시킨다. 늙은 부모가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동경 가족』은 시골에서 잠깐 상경한 노부부가 두 아들과 딸의 집을 전전하는 이야기다. 자식들은 입으로는 잘 왔다고 말하면서 부모와 함께 하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 아버지의 존재는 크게 자식들에게 성가시다. 장성한 자식에게 부모의 존재는 언제나 성가신 것일까. 근대와 함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한 곳에서 부모를 모시며 살던 전통적인 개념의 가족은 사라지고, 장성한 자식은 고향을 떠나고 부모는 고향에 머문다. 오즈의 『동경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지금까지도 예외없이 세계 영화 베스트에 뽑히는 걸 보면,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뤄서가 아닐까. 『동경 이야기』에서 오즈는 아버지의 캐릭터로 무심하게 다뤘다고 한다. 리메이크 『동경 가족』에서도 감정의 변화를 겪고 있는건 자식들 뿐. 원래 이렇게 될줄 알았다는 듯이. 아버지와 어머니는 초연하게 자식들의 집을 전전한다.
츠마부키 사토시, 아오이 유. 청춘을 대표하는 이 두 배우가 『동경 가족』에서 좋은 자식의 역할을 맡았다. 특히 츠마부키 사토시의 연기는 거의 항상 나에게 큰 울림을 주는 걸까. 『동경 가족』에서 츠마부키 사토시가 울음을 터뜨릴 때. 세상의 모든 자식들은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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