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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규슈여행기]1. 왜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가
    여행노트/일본 2014. 6. 25. 00:32

    크하하 어쨋든 여행당일이다.

     

    권보이는 부산에서 시모노세키로 가는 페리를 타고 하루 먼저 일본으로 갔다. 일본이 처음인 권보이. 내가 없는 하룻동안 길 안잃어버리고 잘 있을려나.

     

    평소에 서로 욕하는 후배가 있다. 여행 떠나기 3개월전에 우린 홍대에서 만났다.

     

    오빠 이번 연휴에 뭐하세유?” (전라도 담양 여성이다)

    ㅆㅂ 알아서 뭐할라고?”(난 부산)

    아따 것도 못물어보나

    ㅋㅋㅋ 일본간다 규슈 혼자서 ㅅㅂ

    오 저두 규슈 가는디요

     

    알고 보니 같은 날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는 거였다.

     

     

    공항은 언제나 떨린다

     

     

    근데 호텔 예약은 하셨어유?”

    그걸 와 벌써부터 하노

    에라이 빙신아. 한국 황금연휴에, 일본도 골든 위크 연휴에유

    ? 될대로 되겠지 ㅋㅋㅋ

     

    될대로 되지 않았다. 권보이와 둘이서 가기로 한 다음 여행 동선에 맞춰 최대한 싼 숙소를 구하려 했는데, 남아있는건 힐튼 호텔. 여행 이틀전까지 호텔 예약했다가 취소했다가 짜증이 이빠이였다.

     

    여행 당일, 담양 후배와 인천 국제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 인간이 겁을 줬다.

     

    한국 연휴 첫날이닝께 엄청 복잡하고 수속도 오래걸릴거에유. 빨리 오세유

    아 고래?”

     

    날아라 비행기야

     

    전날 짐도 안싸고 퍼질러 자다 내일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아침 7시에 깨버렸다. 졸리지만 담양후배의 말을 듣고 후다닥 짐을 싸서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탑승 수속은 10분만에 끝났다. 근데 졸라 피곤하다 .아침부터 강도 높게 활동을 시작한게 문제였다. 아 이 인간을 잡아 족치자.. 라고 생각했는데

     

    ? 저거 뭐지. 머리가 긴 백인 남자들. 가죽 잠바를 입고 있다. 딱 봐도 락 밴드다. 근데 누구지? 얼굴을 봐도 모르겠다. 유명한 밴드면 싸인이라도 받아야지. 아 저기 기타 케이스가 보인다.

     

    Lacrimosa 아닙니다..

     

    Larcrimas 라는 글자가 보인다. 라크리마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아 맞다. 블로그 이웃인 비듬이트리가 라크리모사랑 이름이 비슷하다며 말해준 밴드구나. 네이버로 검색해서 뮤직비디오를 본다. 아 참 좋은 세상. 근데 음악은 구리군. 관심을 끄기로 한다. 담양후배에게 전화를 건다.

     

    "어디고" 

    오빠 맥플러리 사주세요

    그래 묵자

     

     

    탑승 수속이 끝나고 공항 안으로 들어오면 면세품 이외의 음식은 정~~말 비싸다. 하지만 맥카페가 있었다. 나는 선배니까. 쐈다.

     

     “여행 계획은 다 짜셨어유?”

    몰라 ㅅㅂ ㅋㅋㅋ

    근데 비행기 자리는 어디에유?”

    어 잠시만

    탑승권을 보여준다.

     

    나랑 복도 건너 옆자리구만

     

    갑자기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가 떠오른다. 비행기 옆자리로 만난 남녀. 그들은 사랑을 시작하는데아니 이 기막힌 우연. 같은 학교의 같은 과의 선후배로 만나. 입을 맞추지도 않았는데. 2014년의 5. 황금 연휴의 첫날 같은 목적지에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는 우연. 게다가 자리도 옆자리. 이건 혹시 필연? 나는 생각한다. 이런 개 같은 우연의 연속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너를 사랑하지않는가” 『왜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가』를 쓸 수 있을 거 같다. 필명은 알랭드복통. 갑자기 배가 아프다. 내용은 단순 명쾌하다. 너는 구리고 나도 구리고 우린 구려서 사랑하지 않는거지. 빌어먹을 우연들이 짜증나는 사건이 되고. 너와 멀어지고 싶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겠지? 조금만 참자 담양걸. 후쿠오카가 얼마 남지 않았어.

     

    아 씐나

     

    후쿠오카 공항에 비행기가 도착하고. 이 기막힌 우연에도 아무런 감정의 스파크나 사건이 일어나지 않음에 감사하며, 시내로 가는 버스에서 담양 걸에게 말한다.

     

    잘 놀고,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보자

     

     

     

     꺼져라 담양 걸

     

     

     

     그래도 우린 나란히 버스에 앉아서 같은 경치를 바라 봤지. 우리가 나란히 앉아서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는 날이 또 올까?

     

     

     

    당근 빠따 그런 일은 죽어도 없지!!

     

     

     

    *다음회 예고

    하루 먼저 일본으로 건너간 권보이. 둘다 스마트폰을 들고 갔지만 와이파이가 안터지면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없는 상황. 감보이는 권보이를 무사히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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