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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새별오름
4 고내리
5 우도
6 주상절리1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 2016년의 1월 1일 우리집에 와서 1월 2일에 자고간 애들. 제주를 갔다.A는 더럽게 심각한 인간이다. 항상 진지해서 기준이 확고한 인간이다. A는 10년 동안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데, 이제는 좋아는 하는데 그렇게 까지 힘들지 않을 방법을 알아냈다고 한다. 물욕도 성욕도 식욕도 아무 욕심도 없어 보이는 A는 소주욕만 있다. A가 술을 먹고 진지한 이야기를 자꾸 토해낼때마다 사람을 대하는게 농담 투성이인 나는 약간은 두렵기도 하다. 나도 내 안의 이야기를 하게 될까봐. 언제나 그렇듯 나는 모든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그건 내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고, 아무리 가까운 사람도 결국에 가서는 믿지 못하는 나의 음흉한 마음의 문제이기도 하다.B는 마이너리티다. 다른 나라의 국적을 가지고 있으나 그 나라에는 태어나서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다. 말수도 적고, 필요한 말도 잘 하지 않고, 속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 모임에서도 B를 모두 어려워해서 B에게는 다들 심한 말을 하지 못한다. 나는 그런 B를 막 대한다. 막 대하려고 노력한다. B는 다른 국적을 가졌으므로, 우리와 다르다고 생각을 하지 않을까. 나는 B가 자기 이야기를 진지하게 털어 놓기를 호텔방에서 그러기를 바랐으나, 여전히 술을 조금 먹고는 먼저 자기 방에 들어가 잠을 잤다.C는 5년 넘게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존경하는 친구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대학교도 제힘으로 제대로 졸업 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 C는 언제 어디서나 열심히였고 요령을 모르는 사람이다. 주위의 거의 모두와 관계를 맺으려 했고, 누구보다 사람을 잘 챙겨준다. 사람들은 그런 C를 편안하게 대했고, 어딜가나 크게 미움 받지 않는 성격이다. 밤 늦게 퇴근했고, 아침일찍 출근했다. 시발거리면서, 그래도 자기 일은 잘 하고 있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그가 여자친구와 헤어졌고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뒀다. 여자친구를 잃고, 삶의 의미도 잃어버리지 않았나, 나는 생각했다.D는 나다. ABC에 대해선 이러쿵 저러쿵 잘 분석하고 이야기하면서, 나는 나에 대해 이야기 하지 못하겠다. A는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소리도 듣기 싫고, 믿고 싶지 않다. 나는 계속 요령이 있는 잔머리가 발달한 그런 인간이 아닐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계속 회피하며, 손해볼것 같은 일에는 발을 빼고, 피곤해질것 같은, 나에게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에는 빠져들 생각을 하지 않는 인간. 언젠가 A에게 술을 먹고 말했다."마음이 아주 단단해진줄 알았는데, 마음에 점점 균열이 가고 있어. 꿈에 자꾸 나와"원래는 이런 글을 쓰려고 한게 아닌데, 이석원의 언제나 들어도 좋은 말을 제주도에서 읽고, 그냥 비슷하게 써보고 싶어졌다. 나에 대해서 친구들에 대해서.'여행노트 > 국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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