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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봉산 산행기 - 연차산악회여행노트/등산 2020. 6. 9. 14:54
일시 : 2020년 6월 4일(목)
어디로: 홍천 팔봉산
누구랑 : 손꼬추
코스 : 팔봉산 주차장 - 1봉~8봉 - 팔봉산 주차장
시간 : 3시간
난이도 : 상
#도깨비 핫도그
휴게소에 들러 도깨비 핫도그를 먹었다. 원래 아침을 잘 안먹는데, 고소한 핫도그의 냄새가 나를 이끌었고, 손꼬추가 혼자 문어 핫바를 먹고 있는걸 보니 나도 한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도깨비 핫도그는 큐브형 감자가 핫도그 주위에 덕지 덕지 붙어 있는 핫도그다. 도깨비 방망이 처럼 생겨서 그 이름이 붙은것 같았다. 이런 너무 맛있었다.
#홍천
홍천은 나의 외갓집이 있는 동네다. 2년전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이젠 외갓집에 외할아버지 혼자 사신다. 큰 이모집과 삼촌 집이 있다. 초등학교 방학이 되면 2주나 3주정도 홍천 외가집에 와서 살았다. 사촌형들과 개울가에서 수영을 하고 산에 돌아다니며 이상한 돌멩이들을 줍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개학일이 다가오면 홍천을 떠났다. 그럴때마다 어린 마음은 몹시 아쉬웠다. 이제는 홍천에 가도 노인이 되버린 어른들과 (내가 지금 어른이지만) 다소 소원해진 사촌형들과의 관계만을 확인 할 수 있을 뿐. 불편한 장소가 되어버렸다.
#연차산악회
평일에 등산을 간다는건 호사로운 일일 지도 모른다. 평일에 연차를 낸다는게 직장인이 쉬운건가? 나는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업무 대행자가 따로 없기 때문에 평일에 연차를 쓰면 모르는 번호를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받지 말자 받지 말자 되뇌이지만 호기심과 약간의 걱정과 불안에 전화를 받게 되면 “연차중이신데 죄송합니다..” 라고 말을 꺼내는 업체 담당자가 있다. 보통은 지금 내가 해결할수 없는 일들. 그래서 이젠 차라리 전화를 받지 않는 편을 택한단말이다!
이제 본격적인 산행기
#암릉
팔봉산은 높이가 얼마 안되는 산이다. 하지만 뒷발이 아닌 앞발까지도 사용해야 한다. 등산로 곳곳이 암벽이고 로프랑 수직 사다리 철로 된 발 받침대 (이걸 밟을때마다 내 몸무게가 100킬로인걸 생각하고 부숴질까 겁이 났다)를 밟으며 산행을 이어 나갔다. 중간중간 오금이 저렸다. 1봉에서 2봉 그리고 8봉까지 이어지는 코스. 1봉 올라갈때 가장 아찔했고, 무서움도 점점 익숙해져 거침없이 올라가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소 공포증이 있기 때문에 왠만하면 안가려 했으나 손꼬추가 초등학생도 올라가는 길이라고 사기를 쳐서 가게 되었다.
#암릉2
주말에 서울 근교인 도봉산이나 북한산으로 산행을 가면 바위에 들러붙어 암벽을 올라가는 무리를 볼수 있다.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5년전 불의의 사고로 왼쪽 팔 꿈치를 수술한 이후에 팔의 힘이 예전같지가 않다. 근 지구력이 어쩔수 없이 많이 떨어지는데 사고가 났을때 생각한게 이제 나는 암벽타기 같은건 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팔이 정상이라도 안했을것 같긴 한데. 팔봉산은 그런면에서 장비 없이 바위를 올라갈 수 있는 기쁨을 주었다. 왜 어떤 특정 부류의 사람들은 바위에 미치는지 바위에 미쳐서 매달리는지 약간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산을 좋아하는걸까?
누군가 나에게 산을 왜 가냐고 말한다면.. 뭐라고 답을 해야 할까? 산행에도 여러 장면이 있을 것이다. 출발하는 순간과 헉헉대며 오르막을 오르는 순간에 느껴지는 클라이머즈 하이, 탁 트인 조망을 바라보며 높은 곳에서 느끼는 희열, 그리고 목표인 정상까지 왔을때의 성취감, 하산 할때의 진절머리 등등 그 모든 등산의 순간들 중 내가 좋아하는 순간은 하산을 딱 마치는 순간이다. 산과 속세의 경계에서 다시 속세로 넘어가는 바로 그 순간. 이제 힘든 건 끝이 났고 몇 가지 카니발을 즐길 수 있다.
#카니발1 - 콜라
땀을 흘리며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 보면 가장 생각나는 게 있다. 바로 자본주의의 성수 코카콜라. 팔봉산을 하산 후에 우리는 코카콜라를 찾았고 근처 편의점에서 얼음과 콜라 한병을 사이 좋게 나눠마시고는 주차장 옆 마트에 가서 사이다로 2차를 했다. 아.. 행복해.
#카니발2 - 목욕
달궈진 쇠는 차가운 물을 부어줘야 한다. 등산으로 잘 달궈진 우리의 열기는 한적한 목욕탕에서 식혔다. 냉탕에 쭉 다리를 뻗고 누우니 이보다 더 기분 좋을 수가 없구나. 온탕과 냉탕을 왔다 갔다 하며 오늘 산행 후기와 시덥잖은 회사 욕을 했다. 몸과 마음이 단단해진 느낌이 든다. 내일 아침 그것도 더욱 단단해져 있겠지..
#카니발3 - 폭풍 흡입
내 몸이 몹시 먹을거를 원했다. 산에서는 행동식 (자유시간, 견과류)만 주로 먹는다. 김밥이나 여타 불륨이 있는 음식을 먹으면 몸이 좀 퍼지기 때문에 지양 한다. 하산 후에 먹는 밥은 정말 몸에 흡수되는 느낌이다. 양지말 화로 구이라는 유명한 식당에 가서 화로구이 2인분과 양푼 비빔밥, 막국수를 시켜 먹었다. 나는 양푼 비빔밥을 하나 다 먹고 막국수를 하나 더 먹을 수 있었지만.. 참았다. 다이어트 중이었으므로 집으로 돌아와서 몸무게를 재 보니 지난해보다 +10kg 더 몸이 불어 있었지만.. 살빼서 머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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