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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서북능선 (성삼재~만복대~정령치~고리봉~고기리)여행노트/등산 2014. 10. 11. 10:19
산행개요
1. 일시 : 2014년 10월9일
2. 장소 : 지리산 서북능선
3. 누구랑 : 루가리
4. 들머리 : 성삼재
5. 날머리 : 고기리
6. 산행시간 : 8시간?
안녕하세요, 덴고입니다. 지난 늦여름 지리산 서북 능선 종주를 하러 홀로 성삼재로 갔건만, 들머리를 찾지 못해서 노고단으로 올라갔단 포스팅 기억하시나요? 성삼재-음정 코스입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http://kamsworld.tistory.com/564
새벽에 성삼재에 도착해서 등산을 시작하는데요. 지리산 서북능선 쪽으로 가는 산꾼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가면 어찌어찌 되곘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산의 어둠은 정말 큰 공포더군요. 심장이 조여옵니다. 게다가 홀로 있고... 솔직히 말해봅니다. 무서워서 사람들 올라가는 노고단 방향으로 올라갔다구요. 성삼재-음정 코스 좋았습니다. 하지만 사나이 한번 못가본곳은 꼭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의 유부남 드미트리가 귀한 시간 쪼개서 2014년 한글날. 지리산 서북능선 종주를 시작합니다. 애초에 목표는 종주였습니다만...뭐 여차 저차 해서 쁘띠 종주가 되어버렸습니다.
▲ 용산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구례구역으로 갑니다. 안대와 귀마개를 가지고 숙면을 취해보려 하지만 옆에서 드미트리 코 킁킁 댑니다. 비염이라지요. 잠 제대로 못자고 구례구역 도착. 뛰어 드미!! 사람이 너무 많아. 이러다간 버스에 앉아서 못간다. 구례구역 앞에서 성삼재로 가는 버스를 탑니다. 역시 성삼재 올라가는 고갯길은 멀미 유발 코스군요. 점심에 먹은 살치살이 식도를 타고 올라와 목젖을 톡 하고 건드렸을때 다행히 버스는 성삼재에 도착합니다. 버스는 알록달록 옷을 입은 산객들을 토해냅니다. 걱정이 시작됩니다. 이번에는 들머리를 찾을 수 있을까.
▲ 찾았습니다. 이번에도 거의 모든 산객들이 노고단 방향으로 향하는 가운데 드미는 가보지도 않는 들머리를 한방에 찾아냅니다. 드미트리 역시 S대 출신의 수재입니다. 들머리를 따라 컴컴한 어둠을 랜턴 하나에 버티며 올라갑니다. 길이 상당히 좁고 가파릅니다. 솔직히 말해보겠습니다. 무섭습니다. 드미트리와 함께 있어도 무섭습니다. 뒤에서 혼자 온 산객이 헥헥 거리며 제 뒤를 바짝 붙어 옵니다. 무섭습니다. 저를 칼로 찌를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서 잠시 멈춥니다. 혼자 온 산객 혼자 가는데.. 뭔가 표정이 그렇습니다. 아마 무서워서 제 뒤를 바짝 붙어온 모양입니다. 잘가라. 계속 무서워해라 ㅋㅋ
▲ 저에게 등산 시즌은 여름입니다. 봄,가을,겨울 등산은 웬만하면 피합니다. 저에게는 5대 만성 질병이 있습니다. 첫째, 요통. 둘째, 멜랑꼴리 엔 인피니트 새드니스(우울증). 셋째, ADHD(지랄병) 넷째, 비만. 다섯째, 콜린성 두드러기(가려움증).
콜린성 두드러기의 원인은 밝혀진것도 없고, 치료법도 딱히 없습니다. 무슨 병이냐 하면 아무튼 엄청 가렵습니다. 이게 가렵다가 따가워지다가 심장에 쇼크가 오고 심하면 정신을 잃기도 합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매운 것을 먹을때 등 환경이 심하게 바뀌면 발작 증상이 나타납니다. 제 경우엔 차가운 곳에서 운동을 하는데 땀이 안날때. 땀이 날랑 말랑 할때 발작증세가 시작됩니다. 최저기온 9도였던 지리산. 발작이 시작됩니다. 이를 멈추기 위해선 가만히 있거나,(우리의 여정은 기니 이럴순 없었죠), 긁는 수 밖에 없습니다. 피가 날 정도로 박박. 걷는데 죽겠습니다. 날은 어둡지. 눈은 감기지. 허벅지는 가려워서 죽겠지. 심장엔 쇼크가 오지. 짜증나지. 드미 자식을 먼저 보냅니다.
▲ 원래 만복대에서 일출을 보려고 했으나, 두드러기 발작으로 만복대 아래에서 일출을 봅니다. 다행히 해가 뜨고 기온이 올라가고 두드러기가 멈춥니다. 드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습니다. 2년전이 생각납니다. 일출을 보려고 날다람쥐 같이 성산 일출봉을 뛰어 올라가던 그의 촐랑거림이. 일출 뭐 있나? 그때나 지금이나 특유의 쿨함으로.. 자신의 체력없음을 감추는 덴고.
▲ 주황색으로 물든 지리산. 지리산 주능선이 병풍처럼 둘렀습니다. 대박이다.
▲ 만복대에 올라왔습니다. 둘이 기념사진을 한방 박습니다.셀카 아닌척 긴 팔을 이용해서 사진을 찍습니다. 초록망토드미여..빨간망토차차 언제 소개시켜 줄래요? 여전히 춥습니다. 행동식 ㅋㅋ 몽쉘과 맥심을 먹고 갈길 갑니다. 드미와 대화를 나눕니다.
"피곤하다"
"졸리다"
"종주는 뭔 종주고"
"정령치 휴게소에서 내려가삐자"
"그래 낼 회사 가야 되니 빡시네"
참 포기가 빠릅니다.
▲ 만복대에서 정령치 휴게소 가는길에 찍은 파노라마 사진 풍경을 날 위로하고,
드미는 옆에서 쪼잘거립니다. 그가 말하는 99%는 회사 사람 욕입니다. 장래희망이 스님이었다는 드미.. 주둥이를 꼬매야겠씁니다.
▲ 바이올렛 야생화는 벌의 도움을 받아 수정에 성공하고 대대손손 후손을 퍼뜨립니다. 드미야 너도 벌이 되어 덴고를 도와주지 않으련?
▲ 개나 소나 찍어도 이정도는 나옵니다.
근데 이글을 보고 있는 당신들은 이렇게 못찍어. 이렇게 찍으려면 말이지. 가지 말라는 마누라 눈치를 용기 있게 참아내고 용산역에 22시40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타고 아저씨들 코고는 소리에 잠을 설치고 맹대쉬로 구례구역 앞에서 성삼재 가는 버스를 잡아타고 성삼재 고개에서 오바이트를 쏘고 피부를 벅벅 긁어가며 무거운 베낭을 매고 올라와야 한다는.. 엄청 피곤한 사진이죠.
▲ 가을하늘을 좋아하는 당신을 위해서 셔터를 눌렀다
멘트가 참 짜증나넴
▲ 정령치에 도착! 여기에는 휴게소가 있습니다. 자동차로 올라올 수 있어요. 풍경이 멋집니다. 드미야 다음엔 너의 올란도를 타고 여길 올라오고 싶구나. 나는 자고 너는 운전하고.
▲ 떡진머리여..사진을 찍기 보다는 블루 클럽에 가서 두발정리하는게 어떄?
▲ 지리산 중턱에 습지가 있습니다. 헐 놀랐어요. 삵이 참 귀엽네요.
땡보>>넘사벽>>삵>>드미
▲ 그리고 개령암지 마애불상군이 있습니다.
▲ 우리의 목적지 고리봉. 여기서 바래봉 방향으로 가면 지리산 서북능선 종주이지만.. 포기하고 고기 삼거리로 내려갑니다. 과연 하산한 고기 삼거리에는 고기가 있을까요?!!
(지난한 하산길..덴고는 하산을 무척 싫어합니다. 이번 하산도 무척 짜증났습니다. 다 내려오니 무릎이 아작 났더군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비만이 이유인듯ㅋㅋㅋ 무거운 몸을 지탱하기에 내 무릎은 너무 연약해ㅠㅠ)
▲ 소주병만 있었다는 ㅋㄷ
▲ 코끼리 아닙니다. 고기리 입니다.
▲ 뭘 꼴아보나...고기리에서 고기 될 운명이여..
▲ 때는 바야흐로 청명한 가을 이었다.
▲ 파란 풀을 보고 힘을 내자. 집으로 가자.
▲ 남원 버스 터미널에서 문명의 이기를 조물거립니다. 페이스북 보고 있네요. 과시하는 삶의 표본입니다.
야 너 지리산 서북 능선도 사람들에게 과시하려고 올라간거지?
* 등산총평
코스 초반 어두운 산길에서 체력을 많이 소진했다. 무엇보다 내일 회사를 가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쁘띠 종주에 그치게 했고, 부담없는 산우(山友) 드미의 존재도 포기에 일조했다. 사실 우리는 포기가 빠르잖아. 너는 시카고를 포기했고, 나는 교토대를 포기했고...
삶은 포기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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