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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종주 코스 맛뵈기] 성삼재-음정여행노트/등산 2014. 9. 2. 23:36
8월 30일 토요일 새벽의 모닝콜. 꼭 일어나야만 한다는 저 필사의 모닝콜. 나는 무궁화호를 타고 있었고, 구례구역에 꼭 내려야했다. 구례구역이 종점이면 얼마나 좋겠으랴. 구례구역에 왜 갔냐고? 지리산에 올라가기 위해서
2년만의 지리산이다. 너무나 가고 싶었던 지리산. 갔다오면 대지의 힘을 얻어서 일상에 활기가 돈다. 원래는 지리산 서북능선 종주를 하려고 했으나, 컴컴한 새벽 성삼재에서 만복대로 가는 들머리를 찾지 못해서 노고단으로 올라간다. 어쨋든 그땐 기분이 더러웠다지.
1. 언제 : 2014년 8월 30일(토)
2. 누구랑 : 혼자
3. 코스 및 걸린 시간 : 영등포역 (29일 22:52) - 구례구역 (03:03) - 성삼재 가는 버스 탑승 (03:10) - 성삼재 도착 (4:20) - 등산 시작 (05:00) - 노고단 대피소 (05:40) - 노고단 고개 (06:00, 일출 감상 및 20분 휴식) - 돼지령 (김밥, 20분 휴식) - 노루목 (08:10) - 삼도봉 (08:30, 20분 휴식)-화개재(09:10)-토끼봉(09:40)-연하천대피소(11:10, 30분 휴식) -연하천 삼거리(12:40)-음정마을 입구(14:00)에서 택시 타고 백무동으로-백무동에서 14:50분 동서울행 버스 탑승
▼ 등산 코스
▼ 고도 정보 - 완만했던 경사가 끝에가서 오르락 내리락 한다
▼ 개략적인 정보 -5000 칼로리 소모. 9시간 이상을 산에 있었다.
▼ 산행 준비물
지리산 종주도 두번이나 해봤다. 그때 느낀게 카메라를 어떻게 가지고 다니느냐가 문제 중 하나다. DSLR을 가지고 가면 정말 좋겠지만, 무겁다. 다음엔 힙색을 사서 DSLR을 가져가야지. 이번에는 올림푸스 스타일러스 1을 가져갔는데 저 작은 가방을 내 나름대로 등산 가방에서 안떨어지도록 묶은 다음 주머니에서 쏙 꺼내서 찍고 넣고 했다. 이번에는 나름 안힘들게 사진을 찍은듯. 결과물은 썩 내키지 않지만.
카멜백.
낙타가방. 3L. 실제로는 2.5L 정도의 물이 들어가는것 같다.
산행을 하면서 힘든 세가지 포인트.
1. 숨
2. 다리
3. 갈증
이 세가지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야 산행을 수월히 할 수 있다. 에너지 폭발을 하고 싶은데 갈증이 나서 무거운 배낭을 풀고 물을 마시면 산행의 리듬이 깨진다. 나는 물을 많이 마시는 편. 이번 산행전 야심차게 구입했다. 저 호스를 꽉 깨물면 물이 나온다. 배낭안에 넣고 호스를 위로 빼서 사용하면 된다. 정말 요긴했고. 갈증이 나서 힘든 적이 없었다.
▼ 출발
퇴근해서 한 시간 정도 눈을 붙인다. 고민한다. 아 졸라 가기 싫다. 20분 정도 몸을 뒤척이다 열차 시간에 맞춰서 집을 나서는데 마른 하늘에 번개가 친다. 그러더니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진다. 우산을 가져가야 할것인가 말것인가. 동생에게 카톡이 온다.
약 올리노
▼ 가는 길
나 말고도 지리산을 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영등포역의 금요일밤
구례구역에는 3시3분 도착이다. 여기서 꾸물거리면 역앞에서 출발하는 성삼재로 가는 버스 좌석에 앉지 못한다. 버스는 구례 버스 터미널에 들렀다가 화엄사를 거쳐 성삼재로 간다. 잠도 못자고 피곤하니 고갯길에서 멀미를 한다. 아 죽겠다 싶을때 버스는 성삼재로 도착 산객들을 토해낸다. 모두들 분주하다. 주능선을 타러 가는 산객들. 랜턴을 꺼내고 서로 이름을 부르며 발길을 재촉한다. 부지런히 노고단으로 올라가 아침을 먹고 일출을 보기 위해서다. 나는 원래 서북능선을 타고 남원 방향으로 넘어가려고 했다. 서북능선으로 가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모두들 주능선 방향인 노고단으로 올라간다. 블로그에서 도로 밑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서북능선 들머리가 있다고 했다. 근데 들머리가 보이지 않는다.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컴컴한 산의 새벽. 공포에 질린다. 바람도 차다. 피부가 근질거린다. 내 안의 적색경보가 울린다. 이러다가 성삼재에서 주저 앉고 산을 못탈지도 몰라. 이곳저곳을 둘러봐도 들머리가 보이지 않는다. 저 멀리 고갯길에서 관광버스가 하나 느릿느릿 올라온다. 도로 위의 나를 웬지 모르게 칠꺼 같다. 아니 저건 유령버스인가. 어두운 산을 바라본다. 산이 나를 삼킬것 같다. 어둠을 무서워하지 않는데, 그건 도시의 어둠이었다. 산의 어둠은 정말 무서웠다. 혼자서 컴컴한 산에서 비박을 하면 얼마나 낭만적일까 하는 생각을 가끔 했었는데, 그 생각을 당장 철회하겠다. 에라이 모르겠다. 노고단으로 올라가자.
▼ 성삼재-노고단 가는 길
2년 전 봄. 부모님과 지리산 종주를 했을 때도 이시간대에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올라갔다. 이번에는 나 혼자다. 그때는 무서운거 하나도 모르고 별을 보며 산과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면서 이 코스를 지났는데. 이번은 다르다. 다른 산객들은 이미 저 앞으로 갔고 나밖에 없다. 시냇물 졸졸졸 흐르는 소리가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점점 동이 터오는 것 같다. 파란 하늘에 별이 보인다. 나는 별을 보려고 새벽에 산에 온거다.
▼노고단
노고단 대피소의 상징
노고단 대피소에 가니 많은 산객이 아침을 지어 먹고 있다. 아 나는 왜 혼자인걸까. 커피를 마시고 몸과 마음을 추스른다. 여기에 있을 때가 아니지. 더 높은 노고단 고개로 올라가 운해와 일출을 만끽하자. 가파른 돌길을 오른다. 아 친구 셋이 온 저 무리. 친구들이 생각난다.
▼ 실루엣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노고단
언덕을 오르면 가는 방향에서 해가 뜨는데 이러면 역광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걸 이미 알고 있었다. 2년 전 봄에 찍은 사진을 아직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으므로. 아래는 2012년 봄에 찍은 역광 사진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라지..
▼ 노고단 운무와 일출
올라온 방향으로는 운무가 이렇게 떡 하게 펼쳐진다. 이럴때 카메라나 렌즈가 참 소용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봐야 하는 풍경인데. 2년만의 노고단 운무. 날씨는 무지 맑고 좋았고 땀을 좀 흘린 탓인지 컨디션이 돌아왔다. 그리고 반대편 하늘이 벌겋게 물들기 시작한다.
2014년 8월30일의 해가 떳습니다
노고단이다. 저기 산객이 보인다. 올라가면 벌금으로 알고 있다. (껄렸을 경우에)
*2012년에 찍은 노고단 해무
▼ 코스를 고민하다
무작정 올라온 노고단 고개. 하루만에 서울로 귀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피아골로 내려갈까. 화개재에서 뱀사골로 내려갈까. 고민하다가 연하천에서 음정마을로 내려가기로 했다. 꼭 정복해야할 봉우리가 있었다..
▼ 돼지령 가는길
단언컨대, 노고단에서 돼지령 갈때가 종주인들은 제일 신날 거다. 노고단에서 평소 보지 못했던 광경도 접하고 이제 시작이니 체력도 불타오를 것이고 무엇보다. 코스가 평탄하다. 그리고 깊고 넓은 산 지리산의 풍광을 볼 수 있다.
혼 자 왓 떠 염
돼지령에서 찍은 풍경.
등산은 힘든데 풍경은 좋다고 하시는 분은 성삼재로 노고단을 오르신다음 밥을 해먹고 돼지령 까지 와서 풍경을 구경한 후
성삼재로 다시 리턴하시면 힘들지 않고 지리산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2012년 돼지령에서 찍은 풍경
풍경은 그대로다. 바뀐건 나...
▼ 노루목
돼지령에서 노루목으로 왔다. 역시 평탄한 코스. 잠시 쉬었다간다. 여기서는 반야봉을 갈 수 있다. 다시 갔다가 이 장소로 내려와야 한다. 산길로 편도 1Km. 이 길을 이번까지 합치면 총3번을 지났건만 반야봉은 한 번도 안감 ㅋㅋ
*2012년 노루목에서.
당시는 세석에서 1박을 하고 천왕봉을 오르는 코스였고 부모님과 함께였다. 무거운 짐은 다 저 베낭으로.. 용량 보이는가 60+10 배낭도 엄청 무거웠고 너무 힘들었다. 노루목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는 당시의 나.
▼ 삼도봉
어랏? 등산이 너무 수월하다. 2009년 첫번째 종주땐 화엄사에서 노고단으로 올라와 1박하고 지나갔던 곳이다. 그때 내 나이 26. 마흔정도 되보이는 아저씨가 "몇시고?" 반말 쩍쩍 내뱉어서 쌩깟던 기억이 있는 .. 별 좋은 추억이 아니군. 2009년에 삼도봉은 힘들었고, 2012년의 삼도봉에선 부모님 기념사진 찍었고 2014년 삼도봉에선 뭘했게~~~
람쥐다랑 놀았지
▼쉬어가는 코너
팔 안태울려고 쿨 토시 샀다. 손만 탔다.
태국에서 사온 야돔? 야둠? 잠깨는데 직빵 코에 꽂고 산을 누볐다. 이놈 때문에 잠이 안온건다.
▼토끼봉 가는 길
매우 어려움이란 단어가 보이는가. 이곳 삼도봉에서 토끼봉까지 코스는 종주 초반 아주 힘든 난코스다. 보통 삼도봉까지는 수월하게 오다가 토끼봉에서 페이스 조절에 실패 후 연하천 대피소 내려가는 끝없는 나무 계단에서 다리가 풀려버리는 불상사를 맞이 하는데... 그게 바로 2009년의 나다. 토끼봉은 정말 힘들었고, 2009년 토끼봉 이후의 내 산행은 만신창이였다.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어 오직 스틱의 힘으로 산행을 하는 불상사를 맞이 한 것이다. 이번은 다를거야. 이를 바드득 갈며 토끼봉과 싸우러 출발. 이번에는 등산 오기 전부터 스쿼드,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 등 코어 운동에 매진했고, 이틀전 저녁으로 삼계탕 집에 들어가 혼자 닭뼈를 우드득 씹었다지.
드디어 오르막 다운 오르막이 나온다.
토끼봉 도착. 어랏 그다지 힘들지 않다.
*2012년의 토끼봉 이때에도 토끼봉에서 주저 앉아 토끼봉을 원망했다
▼연하천 대피소 가는길
토끼봉은 지나왔다. 이제 길이 수월해지는걸까? 2009년 토끼봉에서 다리가 풀리고 그나마 쌩썡했던 권보이가 자기 페이스대로 연하천 대피소로 먼저 달려간다. 밥을 미리 준비해두겠다는 거다. 권보이가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하고 30분이 지나서야 내가 도착한다. 토끼봉-연하천 대피소 구간도 만만치가 않다. 오르락 내리락 그리고 지루한 풍경의 연속이다. 다 온거 같은데 연하천 대피소는 보이지 않고..
이 나무 데크가 오면 연하천 대피소에 다온거다. 안심 하시면 됩니다.
▼ 연하천 대피소
지리산 종주를 하시는 분이라면 꼭 점심을 먹게 되는 장소 연하천 대피소. 혼자서 불쌍하게 족발을 먹는다. 아 옆에서 불어오는 삼양라면 바람.. 내려가서 꼭 먹고 말리라.
어디서 많이 보던 각목이다.
2012년에 감아빠가 앉아서 먹었던 각목이라지..
뼈도 없고.. 맛도 없고.. 산에와서 먹어본 음식중 젤 맛없었던듯
▼ 연하천 삼거리로
이젠 하산이다. 역대급 풍광을 자랑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대피소 벽소령의 풍경을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다. 연하천 삼거리로 내려가 음정마을로 향한다.
정말 험했다.
이곳을 내려온 후 다리가 풀렸다.
이젠 마을까지 가는 오솔길? 숲길 평찬한 길이었지만 4킬로가 넘어서 무지 지루했다.
홍삼 진액 하나 드시고.. 힘을 내자.. 힘을
이제 가을이구나
음정 마을 입구에 등산객을 기다리는 택시를 타고 1만5천원으로 백무동에 넘어간다. 백무동에서 동서울 가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고고.
총평
큰 산을 타기 전에 준비를 잘했다. 몸도 좀 만들어둔 상태였고, 무엇보다 카멜벡의 도움도 컸다. 베낭이 가득 들어찼는데 온갖 행동식을 가방에 쑤셔넣고 갔다. 아몬드 땅콩 등 견과류는 힘이 들때 먹으면 힘이 난다. 홀로 지리산은 이번이 처음인데 혼자 오는 산행이 덜 빡시다. 쉬고 싶을 때 쉬고 에너지 폭발하고 싶을때 폭발 시키고.. 여러 사람이랑 가면 각자의 체력과 산타는 리듬이 달라서 맞춰주기가 힘든것 같다. 1박2일 종주도 이 정도 페이스라면 가뿐하게 할 수 있을것 같긴 한데. 중요 대피소들이 10초만에 예약 마감이 되니 원..
나이를 먹어서 체력이 떨어지는게 아니라..체력을 안키우니 떨어지는 거지.. 아직까지는 말이야.
이제 여름도 끝났구나. 지리산과 함께 여름 종료. 멋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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