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이 영화의 원제를 직역하자면 <상자 속 아들의 사랑>이다. 어떤 블로그 분은 <절식남의 사랑>이라고 번역을 하셨던데, 영화제 들어오면서 번역된 제목인 <묻지마 사랑> 보다는 <절식남의 사랑>이라는 제목이 더 다가온다.
절식남이란 무엇인가?
사회가 시도때도 없이 바뀌면서, 그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의 삶의 형태나 생각도 정말 자주 바뀐다. 초식남이란 단어가 2010년도 이후에 유행한거 같은데, 절식남은 초식남의 더 극단적인 형태로. 이젠 풀 조차 뜯지 않는 남성을 말한다. 초식남이 연애나 여자에 상당히 소극적인 사람을 뜻한다면 절식남은 아예 관심 조차 없이 취미생활에 몰두하거나 취미 생활을 즐기는 남성을 말한다. 초식남이 그래도 약간이나마 결혼이나 연애에 관심이 있다면 절식남은 여러 사회 생활을 고려하거나 성격상 연애, 결혼을 완전히 포기해버린 남성을 지칭한다.
사토리 세대(득도 세대)라는 용어도 있는데, 연애에는 물론 관심이 없고 비싼 브랜드나, 해외여행에도 관심이 전혀 없고 뭘 해봤자 바뀌지 않는다는걸 이미 알아버려 아무것도 원하는 것 없는 시대의 젊은이들을 말한다. 모든것들이 다 짜여져 있고 이제 새로울 것 없는 이 하얀 세상에서 우리가 할수 있는건 하얀 칠 밖에 없다는 메시지의 소설, 장강명의 『표백』과도 상통한다.
<묻지마 사랑>은 이런 신인류를 그린다.
영화를 보는 초반부터 각종 사회학 용어들이 떠오르게 만든다. 절식남 겐타로(호시노 겐 분)는 절식에 이어, 상당한 강박증세에 시달린다. 항상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연필의 위치나 스케쥴에 따라 칼 같이 움직인다. 시청 기록과에서 이동, 승진 없이 13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점심은 집에서 먹는다. 동료와 어울리지 않는다. 나이는 35살. 부모에 얹혀사는 패러사이트 싱글이고, 퇴근 이후에는 초식, 절식남들이 그렇듯 본인의 취미에 몰두한다. 이럴때 더 비극적인 요소를 이끌려고 하는 남자의 취미는 흔히 비디오 게임으로 나오는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자식을 두고 있는 부모는 속이 타기 마련. 겐타로 몰래 맞선을 보려한다. 그래서 겐타로 몰래 부모끼리 조건보고 만나는 콘카츠(결혼활동)를 하게 되는데, 그 때 만나게 되는게 시각장애인 나오코(카호 분)의 부모다.
우여곡절끝에 맞선을 보게 되는데 나오코의 아버지가 겐타로에게 여러가지를 물어봐도 대답은 겐타로의 아버지가 한다. 그가 상자 속에 들어 가게 된것은 오냐오냐 아들을 키워왔던 부모의 문제도 있다. 이 맞선씬은 상당히 긴장감 넘치게 잘 만들어졌다. 손에 땀이 나고 보는 내가 떨릴 정도였다. 결국 맞선 자리에서 겐타로는 온갖 치욕적인 말을 듣고 마지막에 자신이 이렇게 밖에 살수 없는 이유를 말한다. 집에 돌아온 겐타로는 상자 속으로 들어가 자신을 지탱해왔던 게임, CD, 책 등을 집어 던진다. 영화 초반부터 이때까지 눈물이 그렁그렁 났다. 절식남으로 살고 싶어서 저렇게 사는 것도 아닐테고, 게임이나 CD 책이 그를 지탱해주긴 하지만 결국 허상이며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잘 알고 있다. 할게 없어서 하고 있다는 것.
과연 하자 있는 절식남이 여러 난관을 극복해서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3포세대, 1인가구시대라는 말이 이젠 어색하지 않은 시대. 어쩔 수 없이 혼자 사는 사람도 있고, 본인 의지로 혼자사는 사람도 있고, 수많은 사람이 이혼을 하고 있는 이 시대에.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는 것만 '정상적인 삶'이라고 말하는 건 뭔가 이상하다. 누군 이렇게 살고 싶어서 사는게 아닐텐데. 그걸 바라보는 눈초리들이 무서워서 위축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삶은 개별적인 것이고, 각자가 책임져야 할 삶인거고, 책임도 못질거면서 이러쿵 저러쿵 남의 인생을 떠든다는 건 뭘까?
*역광은 정말 신비롭다. 사랑의 장면엔 초록과 역광을 잘썼다.
**카호를 정말 좋아했는데. 역변하긴 했구나.
*** 절식남 관련 기사
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61751
'영화노트 > 일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쇼와시대는 끝났지만...「도모구이」 (2) 2014.04.15 「행복한 사전」 (0) 2014.02.23 「탐정은 바에 있다 2」ED (0) 2013.12.18 「오레 오레」 (1) 2013.12.02 「도쿄랑데뷰」 (0) 2013.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