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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일웨이즈>
    영화노트/일본 2013. 10. 9. 21:06

     

     

    전차를 무지 좋아한다. 지난 2008년 일본 홋카이도와 도호쿠 지방을 열차 여행 한 이후로 나는 전차가 너무나 좋다. 특히 한량짜리 전차나 시골길을 달리는 오래된 전차에 동경이 있다. 한시간에 겨우 한 대꼴로 다니는 지방 철도에 어떤 동경과 노스탤지어를 느낀다. 여유로움/유유자적함 뭐 이런걸 상징하는 전차가 좋다.

     

    <레일웨이즈>는 대기업 간부로 있다가 전차 운전사가 된 49살의 남자 이야기다. 남자는 회사로부터 공장폐쇄를 시키라는 정리해고의 역할을 맡긴다. 이 일을 수월히 처리하면 더 높은 자리로 올려주겠다는 달콤한 이야기와 함께다. 남자는 고민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 공장을 폐쇄할 상황이다, 인원을 정리해야 한다며 입사동기인 공장장에게 찾아간다. 입사 동기인 공장장은 내려온 김에 술 한잔 할 것을 권하지만 그는 바쁘다며 사양한다. 아주 빠르게 사는 전형적인 인물이다. 가족과의 관계도 처참할 정도로 나쁘다. 대학생인 딸은 말을 섞으려 하지 않고, 아내와도 관계가 소원하다.

     

    어머니가 쓰러진다. 공장장이 교통사고로 죽는다. 두 가지의 나쁜 일이 남자에게 닥친다. 어머니가 있는 시마네 현의 고향으로 내려간다. 결심한다. 예전의 꿈은 기차 운전사가 되겠다고. 영화는 스무스하게 진행된다. 남자는 열차 운전사가 되고, 승객의 짐을 들어주거나 곤경에 처한 손님을 위해주는 등 인간의 얼굴을 한 근로자로 변신한다. 이게 이야기의 다다.

     

    사회가 보기에는 정말 하찮은 일이지만, 본인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승객이 얼마 되지 않는 열차는 폐선이 된다. 물리적으로 사라질 뿐만 아니라 그곳의 추억까지도 사라진다. 그걸 붙잡는 영화다. 또 도시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 가족의 정이나, 이웃간의 정, 동료애,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의 소중함을 담은 영화다.

     

    문제는 항상 도시에 있다. 삶의 생기로 가득 찬 순수했던 청년은 자본의 개가 되어 회사의 명령, 국가의 명령, 자본의 명령을 충실하게 살다 후회한다. “아 인생이 잘못 되었구나정신을 차리고 이웃과의 정, 가족과의 관계를 시골에서 회복한다. 도시는 잔인한 공간이다. 단절의 공간이고, 고독과 외로움의 공간이다. ‘고향’’시골은 순수, 회복, 동심의 공간이며, 도시에서 행했던 악행을 반성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지유를 받는 공간이다. 이런 뻔한 도식의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김승옥의 무진 기행이 그 대표적인 예다. 고향은 정말 저런 공간일까. 나도 부산으로 가는 KTX를 탈 때마다 휴식의 기분으로 가곤 한다. 도시에서 받은 상처와 악행을 도시에서 치유하는 영화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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